FRAME/오늘

190210

Syumnny 2019. 2. 10. 20:37


안녕. 편지지가 필요해서 편지 상자를 열었다가 네 편지를 발견했어. 사탕 넣어줬었는데, 그 사탕이 다 녹아서, 상해서 글씨가 번졌더라.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어. 온전한 형태의 애정이란건 대체 뭘까. 나한테 너를 좋아했냐고 물으면 분명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 그게 너하고 같은 형태냐고 물으면 좀 자신이 없지만, 나는 원래 그렇게 감정에 민감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같은 형태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는 했어. 물론 당시의 나는, 너의 애정은 그저 부족한것을 채우려는 욕구라고 치부해버렸지만 ㅡ


네가 곱게 넣어준 사탕을 차마 먹지 못했던것처럼, 네가 정성들여 꾹꾹 눌러 쓴 편지를 버리지도 못했어. 내 애정이라는건 그런 형태인거겠지. 먹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는, 그 중간의 어딘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얼마 없어서, 나도 서툴러서, 너무 가까우니까 오히려 모르겠어서, 여러 핑계가 생각나지만 다 변명이야. 애정을 받았는데 할 수 있는 대답은 나도, 아니면 나는 아니야 뿐이었어. 그게 참 슬펐어. 그냥 아니라고만 말했어도 아팠을텐데 못돼게 말해서 미안해.


나한테는 과분한 애정이었어. 너하고 공유한 시간은 나한테는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시간이었어. 분명히 알긴 알았던거겠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할 거란거. 나는 어쩜 그렇게 약삭발랐을까. 그 이해하려는 노력의 기저에 어느 만큼의 애정과 노력이 있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거지. 그게 가장 미안해.


해야 할 말이 많아서, 전하지는 못하더라도 남겨는 두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말은 입속에서 맴돌기만해. 너한테 내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너는 내가 사랑하는, 대학 시절 추억의 일부고, 그 풍경에서 떼어둘 수 없어. 어떻게 너를 빼놓고 그때를 생각하겠니. 그리고 나는 그게 무척, 감사해.


하나, 확실한 것은, 그때도 지금도 나는 네가 정말로 잘 지내기를 바라. 가끔 연락하는 네가 잘 지내는 모습이 참 좋아. 결혼할 땐 꼭 초대해주렴.


TOSH.F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