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27
체온이 필요했다. 지금 내 곁에 잃어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같은 과오를 범했을테니.
햇빛이 점점 따뜻해진다. 올해 벚꽃도 제대로 보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또 꽃은 핀다.
왜인지 매년 이 시기에 만났던 친구가 인천으로 간다고 연락이 왔다. 항상 근처에 있을거라고 믿었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괜히 허전했다.
손으로 접은 장미 사이에 꽂혀 있던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편지를 읽으면서부터 나는 어제를, 오늘을 예감했다는걸 알까. 웃으면서 읽고도 속으로는 칼침을 맞은 기분이었던걸 알까. 뭐, 네가 알 일은 아니다.
이상적인 사랑을 이미 너무 확실하게 받아본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게 그것보다는 가볍구나 하고 항상 생각한다. 그래도 아니길 바라면서 질질 끌었던 것은 역시 나의 불찰. 그렇지만 나한테는 그 시간들이 필요했다. Ctrl+Z를 누르면서 이 때 내가 다르게 했더라면 이번 게임이 완벽하게 해피엔드였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지금은 없다. 그러니 나는 잘 한 거겠지.
나야말로 부품이 필요한게 아닌가. 그 부품이 어느것이건 계속 충실할 자신은 있지만, 그래, 내 애정은 원래 그 정도의 형태.
어제는 세 시간도 채 못잤었다. 그런대도 하루종일 미묘하게 각성상태여서 자리에 누우면서도 과연 잘 수 있을까 했는데 또 핸드폰을 놓고 뒤척이다보니 잠이 들었다. 어제 해 놓은 계산실수를 보면서 차를 한 잔 했다.
일기를 다시 읽으면 그 때의 감정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좋은 날에만 일기를 쓰는 것이 좋을까 잠시 고민을 했다. 돌이켜 느끼고 싶은 것은 언제인가. 무엇일까.
내가 그렇게 되지 못했고, 그 정도인 것을. 인정하고 나니 씁쓸할 뿐이다. 화조차 나지 않아. 그렇다면 반대로 너는 나에게 어땠나. 나는 어떻게 생각했나. 놓치고 싶지 않았나? 그런데 놓치고 싶은 사람이 나에게 몇이나 있었나. 언제나 그게 문제다. 나에게는 어떤 것인가. 필요관계를 제외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한가. 스스로도, 남도, 부품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