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오늘

190516

Syumnny 2019. 5. 17. 03:35




기다렸던 파댜루루 머그가 왔다. 세상에. 생각보다 너무 귀여워서 비명을 질렀다. 뭘 담아 먹기는 아깝고 한동안 책상 위에 놓고 계속 쳐다봐야지. 처음 스쿠압틴에 나왔을 때에는 저게 뭐람 싶었지만 볼수록 귀엽다.



마라탕이 먹고싶어서 앓다가 결국 사주겠다고 친구를 꾀어 샤브샤브로 먹으러 갔다. 지난번보다 메뉴가 개편됐는데, 이번이 더 괜찮다. 분명 좋아했겠지 생각하면서 조금 심란했다. 나는 어쩜 이렇게 못된 아이일까.



C언니가 이제 사이즈가 안 맞아 못 입는다는 옷을 보내줬다. 넙죽 받고 보니 택배 상자가 좀 많았다. 생일 선물이라고 의자며, 잠 잘 오는 영양제나 안대, 러그, 스프레이 같은것들을 바리바리 넣어놨다. 고마우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 옷이 굉장히 굉장히 많아졌다.






나간 김에 방충망 아래 부분을 막을 스티커를 사러 갔다가 의자 양말을 샀다. 세상에 귀엽다.





예전에 했던 카카오톡을 읽었다. 굉장히 오래 전인 것처럼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낯선. 스물 여섯 살의 나. 메일을 들켰을 때 지우지 말걸 싶을 때가 있었다. 그랬더라면 나는 스물둘, 스물셋도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겠지. 분명히 알고 있었을텐데도 지워버렸다. 그게 조금 아쉽다. 그래도 당시에는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그랬구나.



읽고 나서야 정말로 변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음도 상황도 변한거다. 자유로울 때에는 언제나 하루종일 말 걸고 싶었던 상대가, 하루종일 연락해도 질리지 않고 할 말이 있었던 상대가, 어느 시점이 지나고 나니 귀찮은 존재가 된 거다. 그게 굉장히 슬펐다. 아마 앞으로는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게 먼저 생각나겠지. 덧칠을 하는 것은 이렇게나 어렵다.


그래서 불행하기를 바라, 조금은 힘들기를 바라. 적어 놓고 나니 소름이 끼쳤다. 나는 이렇게나 치졸하다. 내가 없음이 질투가 났지만 또 무뎌지는 날이 오겠지. 이전에도 그랬듯이. 아니, 이전에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만큼 멀리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