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정리를 하다가 무심코 디퓨저에 새 알코올을 채웠다. 아무 향수나 집어들고 뿌리고 나서야 아차 했다. 매캐한 냄새. 이 향을 맡으면 제일 먼저 기억나는 그 방. 코트 냄새. 이어폰을 내려놓는 소리. 맛있게 내리는 데에 실패했던 커피의 옅은 향과 놀라게 하려고 거울 앞에 숨어서 두근거렸던 심장. 그 설렘.
실수했다. 쏟아버릴 수도 없는 무력감이 나를 덮쳐 그때 그 기분만 기억나게 한다. 막 들어와 서늘했던 코트와 이 향수의 향만 기억난다.
창에 새 부직포를 붙이고, 종이꽃을 넣은 상자를 정리하면서도 충분히 괜찮았는데. 기억이란 건 이렇게나 불편하다. 정말로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