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 148

210512

글이 안 써진다. 응집력을 잃어버린 말은 산개해서 전자 같다. 거기 있겠지, 하고 손을 내밀어 닿는 순간 사라진다. 배가 너무 아파. PMS도 힘들었는데. 지난주 기이할 만큼의 감정기복이나 우울함, 욕구는 그러니까 인사 때문만은 아니었던 거다. 누구라도 괜찮은 거죠? 라고 물을 뻔 했다. 무슨 짓이야 그게. 너무 멀지 않게, 너무 가깝지 않게. 거리를 두는 것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FRAME/오늘 2021.05.12

210422

대학때 친구가 결혼소식을 가져왔다. 오티커플이었다. 둘 사이 우여곡절이 많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부러웠다.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이 내 평생을 함께한다는 게 얼마나 낮은 확률일까. 덜 다칠 수 있었다는 게, 그 믿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근래는 일터에서 일을 안 한 시간이 훨씬 길었다. 정확히는, 일 외의 이야기를 한 시간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또 이렇게 어리광을 부려버리면 안 되는데. 쓰던 글이 완결로 다가가면서 마음에 안 드는 게 자꾸 눈에 띈다. 소재 고갈도 따라오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연결되질 않는다. 어쩌면 좋아. 아. 어떡하지. 내가 당신을 재료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사과해야 할 거 같아.

FRAME/오늘 2021.04.22

210408

전화 상으로 전해져 오는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근데 이건 진짜 객관적으로도 좋은 목소리다. 진짜로. 아침에 갑자기 피를 봤다. 내 몸은 뭐가 문젠지. 지난달에도 두 주 넘게 나를 괴롭히더니, 겨우 두 주간의 유예 후에 또. 하루종일 아프고 어지럽고 짜증스러웠다. 단 걸 찾아 입에 넣었고, 맘에도 없는 말을 했다. 안 그랬어야 했는데. 엄마가 결국 나를 보러 왔다. 덕분에 옷 정리를 하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FRAME/오늘 2021.04.08

210204

올 때마다 너무 반갑고. 그래서 과하게 찡얼거린 느낌이 든다. 죄스럽다. 근데 이런 시기에 웃으면서 받아주는 건 반칙이다. 아니 이건 다 내 합리화지 아무튼 그 목소리가 좋아. 그래서 말도 안되는 사적인 부탁을 하는 기분이... 그래도 웃으면서 가져가주셔서 다행이다. 아니 아무튼 정신차리자. 밑에 내려오고 나서 또 다른 분들하고 얼굴을 자주 마주하게 됐는데, 그게 아쉽기도, 감사하기도 하다. 자꾸 먹을 거를 주셔서 큰일이다. 너무 받아먹는다. 나중에 나도 갖다드려야지. 문고리 고쳐주실 때 얼마나 웃었는지, 옆에 계셔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창틀 고쳐주러 오신것도 감사하고. 이쪽 저쪽에 신세를 지는 기분. 그래. 아무튼 내려와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믿고, 다음 인사는 그만 생각하자.

FRAME/오늘 2021.02.04

210125

새 보직은 생각보다는 재미있고 어려웠다. 새 업무라는게 항상 그렇지. 싫은 내색 없이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가득. 사심... 때문에 자꾸 물어보게 된다. 목소리 때문에 내용에는 집중 안될 때가 많은데, 어쩜 좋아.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아하고 의지하는 걸지도. 조심해야겠다. 변명하자면 그건 뜻밖의 쪽지 때문이기도 하고 그 말투 때문이기도 하고 따뜻했던 차의 온도 때문이기도 하고 또 아무튼 그렇다. 목소리 때문이다 젠장.

FRAME/오늘 2021.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