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 148

201211

내가 쓴 글을 주의깊게 읽어주고 좋아하고 격려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감사하고 신기한 일들의 연속이다. 병원이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 그런 게 느껴질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이러면 안 되는데 자꾸 말을 걸어. 다 목소리 때문이다. 나는 아무래도 청각적 자극에 약한 듯. 잘해주시기는 하는데 거리감을 신경써야. 아니 근데 귓가에서 말해주시면 좋겠다. ㅎㅎ

FRAME/오늘 2020.12.11

201203

노인들이 많은 곳의 분위기는 신기하다. 완전히 어른인 것 같기도, 동시에 완전히 아이인 것 같기도 한 사람들이 가득. 나나 동생의 외형이 부모님의 자랑스러움과 직결된다는 것이 좀 씁쓸하다. 와 저렇게 이쁜 딸/아들, 키도 크네, 하며 말씀하신다. 분명 좋은 뜻으로 하는 말씀이겠지만 내 입장에선 칭찬인지 아닌지 좀 아리송하고. 아무래도 우리집 유전자는 할머니들한테 인기가 많은 듯. 병원은 시간이 멈춘 거 같은 공간이다.

FRAME/오늘 2020.12.03

201114

최근에 잘 못잔 것은 새벽에 하는 대화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민폐가 안 되도록 조심했어야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너무 흥분해버려서. 예전에 일터에서 해놓은 실수를 발견해주셨다. 아이고. 민망하고 부끄럽다. 정신을 차려야하는데 일은 할수록 멍해지는것 같다. 시보 때 한 실수니까 괜찮아~ 라고 넘어가기엔 내가 요즘도 멍한 것. 아무래도 연이은 지원근무로 체력이 없어서인것 같은데. 시험을 한번 더 쳐야할지, 아니면 빨리 현업으로 가서 포기하고 익숙해져야할지 모르겠다. 타부처 전출을 알아보자니 머리아프다. 배우는 것을 더 해서 이쪽으로 나가볼까 싶기도 하고... 어제는 좀 외롭다 싶었는데, 오늘은 또 괜찮은 걸 보니 내 외로움은 자산과 배고픔과 피로에서 오는게 아닐까 하고. 일 안 하고 푹 자니 좋다.

FRAME/오늘 2020.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