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오늘

191228

Syumnny 2019. 12. 28. 17:03

곁에 남아있는 편지만이 나를 울게 해.

 

 

근래 사람을 많이 만난다. 좋은 건지 아닌지 좀 헷갈린다.

 

 

 

크리스마스 새벽에 골목길로 들어서는데 누가 골목 앞에 차를 세우고 달려왔다. 날을 세우고 노려보는 내게 쫓아온 남자가 한 말은, 저기 친구집 왔다 가는 길인데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였다. 새벽 세 시 반. 나는 그 몇 초 상간에 소리를 지르면 아빠를 부를까 동생을 부를까 덤비면 핸드폰으로 머리를 찍나 고간을 걷어차나 저 차에는 몇 명이나 타고 있지 손에 무기는 없네 따위의 오만 생각을 다 했는데. 아뇨 전혀 죄송합니다 하고 말하고 그 남자가 돌아서 차 타고 가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집 쪽으로 몸을 틀 수 있었는데. 내가 만약 원룸에 살았다면, 혼자 살았다면, 조금 더 취한 발음이었으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 새벽 세 시 넘은 시간에 그 남자는 무슨 의도였을까. 가늠할 수 없지만 순간적으로 겁에 질렸던 것만은 기억한다. 그것이 너무 억울했다. 정차해 있던 차가 내 뒤를 쫓아오는 것부터 서는 것까지 보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긴장했는지 같은 것들이 너무 억울했다. 그러고도 그 사람은 아무 생각 없었을 것 같은 것들이.

 

 

 

그때 그랬던 것을 부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내 것이 아니었던 감정들은 아직도 의심스럽고. 앞으로의 걸음을 방해한다. 잘 지낸다 해도, 잘 지내지 못한다 해도 나는 찝찝하겠지. 여도가 된 기분이었나.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갚아야 할 빚이 많다. 아직도 연락을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때. 아프다는 전화를 대강 받아서 미안하다고, 정말로 사과하고 싶었는데. 바로 너에게 쫓아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이야기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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