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세번씩 네번씩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나를 보고 엄마는 질겁했다.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내가 쓸 생각은 아니었던 물건들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욕실에 형형색색의 향기가 난다.
뭐라 쓸 말이 많았는데 생각이 안 난다. 어쨌든 특별한 것은 없다. 시간은 죽음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흘러갔고, 몇 번인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때도 있었지만, 기적같은건 없었고, 어디에도 특별한 것은 없다.
여름이었나. 꽃을 받았다. 그 한 송이를 고르는데 얼마나 생각했을까. 예뻤다. 엷은 분홍과 노랑이 섞인. 그것을 들고 수성못에 갔었나. 그리고 이후 그 장미를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는 거겠지. 이것도 저것도. 예뻤던 것도. 예쁘지 않았던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