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피로에 있다가 문득 속초가 가고 싶어졌다. 지금은 안돼 하고 미루겠지만.
할 일이 많은데 방이 지저분해서인가 손이 뜬다. 아이들은 정말로 세월이 빠름을 보여주나보다. 오빠네 아이들이 벌써 열 살.
무뎌지나. 그 나이때엔 분명 기민하게 느꼈던 것들이 이제는 무덤덤하다.
춥고 손시릴텐데. 막연하고 두렵기만 하다.
하긴. 새삼.
관계의 무게를 상대에게만 두는 것은 나의 나쁜 습관이었다. 머리가 쿵 했다. 확인받고싶고 확신하고 싶은. 관계에서 을이 되기를 자처하는ㅡ
이것만은 뭐라고 해도 변명할 수가 없겠지. 그랬었다.
출처: 영지의 그림일기, https://www.instagram.com/p/BtcZ17oFOd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