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ME/오늘

191201

Syumnny 2019. 12. 1. 02:36

긴 수험이 끝나는 과정에서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의 기쁨이었다. 자랑과 기쁨이 섞인. 그것은 내가 그간 얼마나 자랑스럽지 못한 자식이었는가에 대한 반증이었고 마찬가지로 긴 시간 내 괴로움의 근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온전히 기뻐하지도 못하고 떨떠름한 얼굴만을 하게 된다.

 

몸이 해야 할 일을 잃고 하릴 없이 쓰러진다. 늘어져서 늘어져서 아 곧 아플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든다. 꽤 큰 의지력을 발휘해서 가누어 냈던 것들이 이제 지지대를 잃어버려 마구 흔들린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는 이렇게나 쉽고 또 이렇게나 어렵다.

 

또 앞으로 누군가를 의지할 수 있을까. 안 그러고 싶다. 나는 아직도 허우적대고. 물건을 모아놓고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일 큰 건 역시 그거다. 앞에 두고 울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면 그건 또 다행이기도 하다. 적어도 내게 소중했다는 증거 아닌가. 아무튼 또 내 스스로를 잃는 짓은 하고 싶지 않으므로.

 

내 부재에 큰 가치를 두지는 않지만. 어디로 떨어질 지 모르는 내일이 너무 두려워. 캄캄하다. 공부를 할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캄캄하다.

 

두 번씩의 시험도 면접도 끝나고 길고 긴 올해가 아직도 사분지 일이나 남았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의 나는ㅡ 이 지랄을 또 해야 하나 하고 무너졌었다. 내 스물 아홉은 너무 길어서ㅡ 시간이 멈춘 듯한 괴로움이 다리미처럼 느리게 훑고 지나간다. 나만 멈춰 있는 기분은 이제 가실까.

 

나에게 의지하려는 팔을 볼때마다 헛구역질이 나서. 거리감을 조절하지 못하면 내가 억지로 그어주지 하고 강제하게 된다. 나 자신도 못버티는 근력 약한 팔에 무엇을 더 얹으려 하나. 네 괴로움은 너의 것이고 내 외로움은 내 것이다. 해소하건 하지 않건 그것은 본인의 문제고 의탁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온전히 누리고 가져서 스스로를 지켜야지. 피아의 경계는 내게 이렇게나 중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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